양평 두물머리 애벌레생태학교

생태학교 염소 방목장에는 염소12마리(암컷4마리 수컷3마리 아기염소5마리) 와 지난가을 들어온 양2마리

가있다. 암컷4마리는 모두 임신 상태고 그중 한 마리는곧 낳을것같다. 방목장의 대장은 노련해 보이면서

눈에 백내장이 낀것 처럼 하얗고 뿔이 S자모양의 염소다. 뿔을 항상 나무에 갈고 닦아서 반들반들하고 뾰

족하게 됬으나 방목장안의 나무들은 껍질이 다 벗겨져 속살이 보이고, 여기저기 뿔에 찍혀 상처 투성이

다. 나무들에게 염소뿔은 공포의 대상일 것이다. 염소대장이 밥을 먹을때 양과 다른염소들이 같이 먹는것

을 허용하지 안는다. 오직 아기염소 다섯마리만 같이 먹을수 있도록 허용했다. 아기염소들이 먹고있는 밥

그릇에 다른양이나 염소가 가까이가면 사정없이 S자뿔로 받아버린다. 방목장에 그런 위계 질서를 만들

어 놓은 그가 며칠전 방목장안의 작은 개집에서 눈을뜬채 비스듬이 기대어 죽어있었다.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들은 죽는순간까지도 밥을먹고 다른동료에게 아프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니 그말이

사실인것 같았다. 나는 그를 양지바른 소나무 밑에 묻고 대장염소의 묘라는 푯말도 만들어 주었다.

그 다음날부터 방목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남은 수컷2마리가 대장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고 아

기염소들이 밥을먹지 못하게 뿔로 받고, 배가 불룩한 암컷4마리를 또 임신(?) 시키려고 괴롭혀 암컷염소

들은 도망다니기 바빳다. 임신한 암컷4마리가 평화롭게 출산할떄까지 염소수컷 2마리를 철장속에 가두

자 방목장이 평온을 되찾았다.


                                                                                                    2006년 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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