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겨울 날 논에 들어가 미꾸라지 구멍을 찾아 삽으로 파서 미꾸라지를 잡은 적이 있습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잡아 부엌으로 가지고 들어가 엄마에게 구어 달라고 해 입이 시커멓게 된 때가 있었습니다.

장마가 한창 일 때 논에 물이 떨어지는 곳에 황토가 흙탕물을 이룬 곳에 미꾸라지들이 많이 모여 있었습니다. 그 미꾸라지들을 잡아 집에 가져가면 할머니는 옷을 버렸다가 무어라 하시고 엄마는 추어탕을 끓었던 어릴 적이 있었습니다.

생태학교에 와 아이들과 미꾸라지 체험을 하는 날이면 언제나 그 날을 떠 올립니다. 미꾸라지 한 번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해하는 아이들을 보면 때로는 안타깝기도 합니다. 너무도 자연과 떨어져 사는 아이들이라는 생각에 말입니다.

생태학교 체험 장에 풀어 논 미꾸라지들이 벌써 집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체험 장에 들어가면 미꾸라지들이 발을 마구치고 다닙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잘 잡지 못합니다. 손으로 잡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고 말하지만 잘 듣지 않습니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손으로 미꾸라지를 많이 잡습니다. 그때마다 아이들이 달라고 합니다. 미꾸라지 한 마리와 김밥 하나를 거래하며 웃기도 합니다. 미꾸라지를 보며 신기해하고 흐뭇해하는 아이들을 보면 너무 좋습니다.

아이들이 미꾸라지를 잡으면 선생님에게 달려갑니다. 선생님도 이 모습을 보며 신기해합니다. 아이에게 큰 추억이라고 생각한 선생님은 바로 사진을 찍습니다. 미꾸라지를 잡아 선생님에게 달려가고 싶지만 쉽지 않습니다.

손으로 미꾸라지를 잘 잡는 여자 아이가 오늘 있었습니다. 미꾸라지 잡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지요. 이 여자 아이는 미꾸라지 체험을 통해 스스로 터득하는 것을 배운 것이지요. 그 생각에 마음이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미꾸라지 잡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물이 들어가는 것이 좋은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마냥 물장구를 치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체험학습을 온 아이들과 미꾸라지를 잡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한 하루였습니다.